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삶과 담소/추억과 생각

섬집아기와 자장가

산골어부 2012. 5. 31. 15:36


우연히 "섬집아기"란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옛생각이 떠올라 이 글을 쓴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장가로 불러주던 대표적인 노래가 "섬집아기"였다.

그리고 "오빠생각"."고향의 봄". "진주조개잡이" 처럼 어릴 적에 즐겨 부르던

노래들이 아이들을 잠재우기 위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자장가로 쓰여졌다.

내 생각에는 그 노래를 들려주면 아이들이 잘자는 것으로 알고 들려주곤 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큰아이가 잠을 못이루고 눈물까지 흘리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아들 녀석에게 왜 눈물을 흘리느냐고 물었더니, 아빠가 불러주는 노래가

너무 슬퍼서 자신이 고아가 된 느낌이 든다고 말해 나를 놀라게 했었다.

 

아들 녀석이 아기 때는 그 노래의 의미를 모르고 자장가 리듬에 맞춰 잠이 들었지만,

그 노래 가사의 의미를 알면서 부터는 아빠가 자신을 재워놓고  떠나는 것을 연상한

것이다. 무심코 부른 자장가가 아이들에게 부담을 준 것 같아서 더 이상 그 노래를

자장가로 불러주질 않았다. 하지만, 큰아이와는 달리 작은 아이는 중학생이 된

지금도 가끔씩 그 노래들을 불려줘도 쉽게 잠이 들어 버린다. 큰아이와 작은 아이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  우리가 막연히 부르는 노래와 시 속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는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글이나 말에

섞여 있는 단어나 문구 하나에도 차이가 느끼지는 것이다.

 

 고등학생이 된 큰아들 녀석이

느꼈던 감정을 되새기며

"섬집아기"와 "오빠생각"이란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 때를 회상해본다.

 

아기를 홀로 두고 섬그늘로  굴따러 간 엄마의 마음.

갈매기 울음소리가 아기울음 소리로 들리는 엄마.

아기 때문에 굴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달려가는 엄마.

 

하지만, 홀로 놀다가 잠이 들어 버린 것처럼

저 홀로 크고 자란 것처럼 이야기하는 자식들.

섬집아기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자식들은 얼마나 될까 ?

 

비단 구두를 사가지고 온다던 오빠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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