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토실이와 산삼
2010년 10월 21일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고,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 동안 시골집 강아지 토실이가 말썽을 부려서 기분이 꿀꿀했는데,
어제 토실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죽어서 시골집 논밭이나 지키라고
시골집과 논밭이 보이는 산기슭에 묻어 주었다.
그래서인지 간밤에는 잠도 깊게 들어서
아침부터 몸이 가벼워 동구 밖이나 산책을 할 생각으로
별다른 준비없이 집을 나섰다.
동네를 빠져나와 산으로 향하는데,
외삼촌께서 뭘하러 가느냐고 물으시길래
농담 삼아서 " 산삼캐러 가요."하고 대답을 했다.
말하는 나도 기가 찬데, 그를 듣는 외삼촌도 횡당했는지.
"껄껄~~~ 싱거운 녀석 ! 조심해서 다녀와라."하고 날 비웃는다.
앞산에는 밤나무들이 많기는 하지만 관리가 되질 않아서
밤도 작고, 벌레먹은 밤들만 골짜기마다 흩어져 있었다.
그 중에서 조금 큰 밤들을 몇개 주워 주머니에 넣고 하산을 했다.
과수원길을 따라 내려 오다가 지난 추석 무렵에
남겨둔 어린 산삼 생각이 문뜩 떠오른다.
인삼밭 주변 야산에서 자생하는 산삼으로
심마니들은 산삼 취급도 하지않는 산삼(?)이지만,
다음에 내가 다시 캐다 먹을 수는 있을까 ? 하는 의문이 생긴다.
지난 번에 산삼을 처음 캔 기분으로 동네 사람들과 친구들에게
무용담을 펼쳐가며 자랑을 했기에 남겨둔 산삼이 무사할런지 ~~~
산삼을 캤다는 입소문이 나면 주변 심마니들과 동네 사람들이
그 일대를 싹쓸이하듯이 훝어간다는 이야기는 아주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남겨둔 산삼 하나가 불안해진다.
그래서, 다시 발길을 돌려 지난 번에 보아둔 산기슭을 다시 올랐다.
그러나, 산삼은 보이질 않는다.
이 능선 저 참나무 아래에서 5미터 쯤인 것같은데,
다시 찾아간 자리의 참나무는
그 놈이 그 놈같고,
저 놈이 그 놈같고 정말 헷갈린다.
~~~~~~
멧돼지가 뜯어 먹었을까 ?
다른 사람이 캐 갔을까 ?
그리고, 얼마나 찾아 헤맸을까 ?
체념을 하고 담배를 꺼내여 피우는데,
작고 초라한 풀 한포기가 눈에 들어온다.
"아~~ 저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또 하나가 보인다.
산삼을 보는 순간 모든 생각은 저 멀리로 ~~~
산삼 두 뿌리를 캐어들고 하산하는 발길은 너무도 가볍다.
심마니들이 느끼는 기분이 어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하늘나라로 간 토실이가 산삼 하나를 덤으로 주고 간 것은 아닐까 ?
100년 묵은 산삼은 아닐지라도 참으로 묘한 인연을 생각케하는 산삼이다.
산골어부의 책상
산삼과 영지버섯과 상황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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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캔 어린 산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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