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어부 2017. 12. 19. 22:45

책(冊)을 태우며

 

 

                          산골어부

 

책(冊)을 태운다.

마음으로 읽었던 책과

가슴으로 쓴 노트는

색바랜 고물일 뿐이다.

 

책(柵) 속에 갇혀버린 관념과

글 속에 숨은 아집도

불쏘시개가 되어

부지갱이에 놀아난다

 

한 줌도 되지않는 주검.

그 마저도 바람에 흩어진다.

 

진부한 이론과 사상.

타자을 위한 위선과 자극.

젊은 날의 편협된 생각들을

구르는 낙엽처럼 태운다.

 

책(冊)을 태운다.

책이 아닌 양심.

아주 작은 소신을 태운다.

다음에도 책을 태울 수 있을까 ?

 

종이와 책이 사라진 노트북.

말과 대화가 없는 SNS상의 터치.

책을 태우는 낭만도 사라진 세상.

책이란 고물 덩어리를 태운다.

 

                                 2017.    12.     19

(burn 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