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담소/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

산골어부 2020. 4. 30. 05:42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

 

                                           산골어부

 

역사를 귀로 쓰나 ?

역사를 입으로 쓰나 ?

입과 귀, 그리고 몸부림으로

내면의 감정까지 표현한다.

역사는 뜬소문이 아니라,

사건들을 서술할 뿐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뼈저린 상처도 말없이

가녀린 가슴에 새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보지도 못한 흔적을 찾아

잊지말자고 비석에 새긴다.

 

말이 없다.

산증인도 없다.

옳고 그름이 없다.

모든 것을 기억하지도

모든 것을 기록하지도 않으며

역사란 그늘에는 흔적만이 남는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정의와 진실이 아니기에

너그러움으로 흔적을 지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자비(慈悲)가 아니라,

편견으로 흔적을 기념한다.

 

                                       2020.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