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담소/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씀바귀를 머금고
산골어부
2021. 2. 16. 00:25
씀바귀를 머금고
산골어부
약이라 생각하면 달고,
나물이라 여기면 쓰다.
달면 독이고, 쓰면 약이지만,
어떤 이들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삶의 쓴맛은
살아봐야 안다.
씀바귀를 머금으면
산초기름이 떠오른다.
홍역기침에는 약이었지만,
냄새만 풍겨도 신물이 오르고,
먹으면 먹을수록
엄니가 더 야속했었다.
삶의 단맛도
즐겨봐야 안다.
얼음 속에서도 사는 고채(苦菜).
씀바귀. 고들빼기. 민들레.
씀바귀 향기는 잠시 머문다.
쓰디 쓴 고난을 잊어보라고
아주 잠시 머무는 향수일께다.
인생의 쓴맛은
씀바귀보다 더 쓰다.
세상사를 달래주는 참맛.
달래. 냉이. 씀바귀.
청순한 봄의 향기다.
쓴맛을 겪은 사람들에게
고독을 일깨워준다.
2021.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