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보랏빛 내음

산골어부 2021. 10. 8. 02:02

보랏빛 내음

 

                                 산골어부

 

가을이 오면

그윽한 내음과

이슬을 머금은 보랏빛.

어쩌면,

향기가 아닌

그리움을 하늘 녘에

날려 보낸다.

 

곱게 물든 잎새는

서럽게 흔들리고,

낙엽 사이로 솟는 추억들.

마지막 떨림으로

차디찬 슬픔을

가녀린 주름으로 새긴다.

 

가랑잎에 숨은 능이와

솔잎에 숨은 송이는

숨바꼭질하며 피지만,

보랏빛 내음은

겨울로 가는 숲 속에서

제비꽃처럼 수줍게 피어

애달픈 미소를 짓는다.

 

단풍이 지고 가을이 가면,

보랏빛 향기는 향수가 되어

푸르른 날들을 그리워 한다.

아무도 찾지 않는 산 속에서

향기가 아닌 보랏빛 추억을

빛바랜 낙엽 속에 고요히 묻는다.

 

 

                                     2021.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