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어부 2021. 12. 19. 21:21

동안거(冬安居)

 

                    산골어부

 

 

산중의 동안거(冬安居).

눈 덮인 산사가 그립다.

해마다 보고픈 설경이지만,

올해는 게으름도 피고 싶다.

초목의 깨우침은

동면(冬眠) 속에도 흐른다.

 

칩거(蟄居)가 아닌 휴면(休眠).

불편한 휴식처에서

한가(閑暇)로운 번데기처럼

고요하게 잠들고 싶다.

그리고, 다시 올 새봄에는

껍데기를 벗고 날고 싶다.

 

길고 긴 겨울밤.

오늘 밤을 새우고 싶다.

숙면(熟眠)이 아닌 동면(冬眠).

무아(無我)는 아닐지라도

자아(自我)를 찾는 게으름을

하염없는 어둠 속에 묻고 싶다.

 

 

                       2021.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