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담소/구름처럼 바람처럼
울주 반구대에서
산골어부
2022. 1. 12. 22:26
울주 반구대에서
산골어부
바다로 가자.
바위에 누운 고래.
고래만 봐도 행복하다.
노를 저어 바다로 가자.
한 놈만 잡아도 횡재다.
절벽에 그린 고래.
누가 고래를 그렸을까 ?
옛날에도 고래와 놀았는데,
송사리와 노는 어부는
꿈에서도 본 적도 없다.
꿈같은 고래사냥.
두 손을 불끈 쥐고
고래를 보러 산으로 간다.
쪽배도 없이 작대기를 들고,
망나니처럼 사냥을 즐긴다.
산으로 가자.
수렵일까. 천렵일까.
수천 년 전에 남긴 고래.
먼 할배가 놀던 바닷가에서
배부름의 기쁨을 만끽한다.
바보처럼 웃는다.
먼 할배는 고래도 잡았는데,
어부의 꿈을 하늘에 그린다.
바위에 새긴 고래를 바라보며
바람을 타고 반구대를 넘는다.
2022. 1. 9
울주 반구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