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담소/추억과 생각

으아리꽃을 바라보며

산골어부 2025. 5. 9. 09:44

 




으아리꽃을 바라보며

 
                            산골어부

활짝 핀 모과꽃은 보지 못했다.

나뭇잎새에 가려진 연분홍꽃

몇 송이가 남아서 날 반기지만,

그윽한 향기는 바람에 휘날려서

넝쿨 속 보랏빛 향기에 스며든다.

 

이름 모를 연두빛 꽃송이가 보인다.

보고 듣지도 못했던 으아리꽃은

선산 기슭 그 자리에 늘 피었다는데,

왜 그를 보지도 알지도 못했을까 ?

 

"으아리" 어감이 정겹지는 않지만,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 같은 느낌이라.

이른 봄날에 배추흰나비를 볼 때처럼,

해야 할 말을 잊고 멍하니 바라만 본다. 

 

으아리꽃, 산비탈에 핀 큰으아리꽃.

국망산 줄기 끄트머리에 넝쿨을 감고,
철부지 아기동자처럼 고사리밭에 피어

산아래 인연들에게 잘 살라고 손짓한다.

 

                                              2025.  5.   5(부처님 오신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