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삶과 앎/건축개론

조량화동(彫梁畵棟)이란 ?

산골어부 2025. 9. 25. 14:10

 

배흘림기둥의 가설과 역설 4

 

이토 츄타의 호류지와 에트루스칸 신전 비교 그림 (도쿄대학교 도서관 자료)

 

조량화동(彫梁畵棟)이란 ?

배흘림기둥에서 가장 굵은 지점은 기둥높이의 1/3 지점이라고 하지만, 강릉 객사문에서 가장 굵은 지점은 기둥높이의 1/4 지점이라고 한다. 강릉 객사문에서 가장 굵은 지점과 하부의 직경 차이는 불과 2cm 정도에 지나지 않아 눈으로 확인하기가 힘들지만, 기둥의 상부와 하부의 편차로 인하여 중간 부위의 작은 변화에도 배흘림이 두드러지게 보이며, 현존하는 배흘림기둥 중에서는 강릉 객사문의 기울기 편차가 가장 크다고 한다. 배흘림기둥에서 가장 굵은 지점도 1/3 ~ 1/4 지점이 아니라, 건물을 바라보는 시점의 높이에 따라 좌우된다고 한다. 즉, 배흘림기둥의 기울기는 건물을 바라보는 시점의 높이와 도편수의 재량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배흘림기둥의 곡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건축기법이지만, 착시에 의한 시각보정보다는 목조기술의 발전에 따라 화려한 공포와 장식들로 그를 대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전통건축에서 "조량화동(彫梁畵棟)"이란 무엇일까 ?  중국의 전통건축은 한국의 전통건축에서 나타나는 공포와 단청보다 더 화려하고 현란하다. 국보로 지정된 고려시대의 주심포 건물들을 보면서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조촐한 공포와 퇴색한 단청 때문에 단아하게 보이는 것이다. 단청을 칠하지 않은 기둥과 대들보는 어떨까 ?  목재는 세월이 흐르면 갈라지고 뒤틀리고, 일부는 썩어서 비슷한 다른 부재로 보수한 흔적들이 그대로 노출된다. 그러하기에 고적답사기에서 완주 화엄사의 퇴색한 단청을 보고 "누추하지 않은 절"이라고 하는 것이다. 국보로 지정된 전통건축물들 대부분이 단청이 퇴색되어 있지만, 단청을 하지 않음으로 목재는 더 빨리 썩는 것이다.  한국전통건축은 주재료가 나무이기에 재질의 특성상 화재나 부패에 취약하여 수백 년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건립 당시의 원형이라기보다는 복원 또는 재현된 모습으로 전한다. 단청을 하지 않은 강릉의 객사문에서 복원 전의 기둥과 보는 몇 개나 될까 ?  오래된 낡은 건물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통건축 문화재의 수리와 보존을 거친 모습을 보면 애처로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짝퉁처럼 느껴진다. 이 글에서는 일본 건축가인  이토 츄타의 호류지와 에트루스칸 신전 비교에 대해 논하지는 않겠지만, 나무의 특성을 무시한 채,  배흘림기둥을 이야기하는 것은 착각에 빠진 궤변일 뿐이다. 실제와 달리 가상공간에서는 수많은 가설과 상상이 존재한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보다는 추상적인 수많은 이론들에 의해 고대건축에서 현대건축으로 발전해 왔지만,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는 잡다한 이론보다는 고대건축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서울 롯데월드 타워(자료사진)

 

가상의 세계에서는

파르테노 신전은 기원전 438년에 준공되었다고 한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창건되었고, 무량수전은 1376년에 중수되었다고 하지만, 현존하는 모습은 뼈대만 당시의 모습일께다.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은 배흘림이 아닌 민흘림이고, 고대 그리이스인이 발견했다는 황금비율이라는 1.618 : 1 또는 1 : 0.618도 파르테논 신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 잠실에 있는 초고층빌딩을 보면서 거꾸로 선 애벌레의 번데기나 홀로 선 배흘림기둥처럼 생겼다고 상상하면 어떨까 ?  파르테논신전과 부석사 무량수전의 비교에서 엔타시스나 황금분할이라는 논쟁은 더 이상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이 글에서 배흘림기둥과 대들보를 항아리에 비유하는 것도 어색할 뿐이다. 낙락장송이었던 춘양목을 항아리에 비유하는 것도 나무를 다루는 목수 입장에서 보면은 철부지 아이들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을 그림으로 보면 대나무 젓가락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량수전의 기둥은 박달나무로 만든 홍두깨처럼 보일 수도 있다. 대나무 젓가락이 민흘림이라면 홍두깨는 배흘림이다. 홍두깨와 비슷한 도깨비방망이는 어떨까? 야구 방망이와 다듬이 방망이는 또 어떨까 ?  또 다른 상상도 해보면 어떨까 ?  대리석 기둥을 아구 방망이나 술병으로 대체하면 신전에는 어울지 않겠지만, 야구장이나 축제장에는 어울릴 것이다. 전통건축의 누정문화에서 내. 외부 공간을 이야기할 때, 외부공간은 자연상태로 그대로 있지만, 그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자연과 건축물의 어울림도 자연친화적이기보다는 건축물을 짓는 순간부터 자연은 파괴될 뿐이고, 건축물에 사는 사람만이 자연경관을 편하게 바라보는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가상의 세계에서는 무한한 상상을 할 수도 있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따른다. 전통건축물을 답사하면서 흐름과 머무름을 이해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