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잔차를 타고/라이딩 후기

제천 백운산 줄기를 따라서

산골어부 2008. 6. 22. 21:45

어부가 백운산 산악자전거 코스를 소개하면서

"백운산은 치악산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는 산이라고"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백운산은 제천 충주지역의 주봉이면서 인기가 없는 산이다.

거대한 육산으로 1,087 미터에 이르지만 등산을 하는 느낌은

잡목이 우거져서 시야도 좋지 못하고 볼거리도 없는 산이다.

한마디로 징그러운 산이다.

 

그러나, 그 덕분에 임도가 잘 조성되어 산악자전거 코스로는 천국이라 하겠다.

 어부가 등산을 겸하여 끌바로 백운산에 오르기로 마음 먹은 것은

백운산 정상 도전이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태백 함백산 정상에서 찍은 산악자전거 매니아들의 사진을 보면서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함백산(1,573m)을 답사하니,

만항재(1,289m)에서 임도를 따라 올라가 백두대간으로 이어져서

뒷동산보다도 쉬운 코스라는 것을 알고는 실망한 적이 있다.

백운산 정상의 끌바도 용소골에서 서곡임도를 따라 업힐하여  중계소에 올라서면

백운산 정상까지는 불과 해발고도 200여미터에 산행거리 1km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 주에 개최되는 280랠리를 생각하다가 백운산을 넘어 차도리 계곡 싱글코스를 답사도 하고

가는 길에 흥업면의 매지임도와 판부면의 서곡임도을 경유하기로 일정을 잡고 집을 나섰다.

그러나, 백운산을 너무 얕잡아보다가 지쳐서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백운면 방학리에서 라이딩을 접고, 마나님에게 픽업 당하여 집으로 돌아 왔다.

 

라이딩 코스는 충주-소태재-양안치-매지임도-토지문학관-용소골-서곡임도-중계소-백운산 정상

-남릉-남릉 안부의 운학임도-운학임도 종점-덕동임도-덕동-방학(종료)

 

 (백운산 매지임도와 서곡임도지도)

 

 (원주 양안치재 정상)

 

 충주에서 백운산 자락을 라이딩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체력이 좋은 라이더들에게는 별거 아니겠지만

제천방향은 다릿재가 버티고 있고, 원주쪽은 소태재와 양안치재가 버티고 있어

그 구간을 왕복하는 것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양안치재에 도착하여 사진을 한방 찍고 백운산 뒷자락의 임도 라이딩을 시작했다.

(양안치재 옆 매지임도 입구) 

 

양안치재 정상 바로 옆에서 매지임도가 시작된다.

매지임도는 양안치재에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약 2km를 업힐하면

임도 정상에 이르며 그 곳에서 부터 다운힐을 시작하여 흥업면 소재지까지는

왕초보도 단숨에 내려 갈 수 있는 임도이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대하소설"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문학관이 회촌에 있으나,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기에 잠시 쉬었다가  다운힐을 계속하면 된다.

 

 (매지임도 정상에서 바라본 연세대 매지캠퍼스)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문학관) 

 

 (서곡임도 입구)

 

용소골의 백운산 휴양림 매표소에서 입장료 내려고 정차했더니,

산악자전거는 입장료없이 들어가라고 ~~~~

용소골 삼거리에서 직진을 하면 백운산 안부의 중계소로 이어지지만

어부는 빨래판 콘크리트 업힐을 무지 싫어하기에

서곡임도로 돌아서 업힐을 시작했다.

임도 입구에 씌여진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숲은 종합병원이요. 당신의 두 다리는 의사입니다."

 

 (서곡임도 입구의 이정표)

 

서곡임도 정상부근에 위치하는 쉼터에 오르니,

등산객들과 원주굴렁괴MTB 소속이라는 분이 반가이 맞아준다.

아주머니가 주신 참외는 정말 꿀맛이었다.

라이딩 중에 피우는 담배맛보다도 더 ~~~

(서곡임도 정상부근의 쉼터-원주굴렁쇠mtb의 회원님의 잔차) 

 

서곡임도도 매치임도처럼 완만한 경사도를 이루며

노면상태가 현지반이 다져진 것이라서 라이딩하는 것이 무척 부드럽다.

서곡임도 정상에서 다운힐을 시작하면 원주시내까지는 쭉~~~~

 

(서곡임도에서 바라본 원주시 신시가지) 

 

서곡임도 라이딩을 끝내고, 중계소길 삼거리에서 중계소 쪽으로 업힐을 하는데,

몇 미터도 가지 못하고 끌바로 중계소까지 올라갔다.

중계소 정문을 지나 헬기장에 올라서니,

등산 오신분들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한다.

사실은 끌바로 올라와 조금은 쪽***~~~~

그래도 마음은 흐믓하다.

평소 같으면 쉽게 오를 수 있는 등산로인데,

기나긴 여정에 지쳤는지 무척 힘이 들었다.

 

(백운산 정상 표지석- 울산중공업에 근무하시는 분 덕분에 찍은 똥배 사진) 

 

백운산 주능선을 오르는 동안에 등산객이라고는 한분도 없었다.

그러나, 잡목이 우거진 정상에 도착하니,

울산에서 오신 분이 혼자서 나를 반긴다.

서로를 칭찬하며 사진을 찍어주어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어부의 라이딩 사진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찍어봐야 산적이고, 똥배만 찍히기 때문이다. 

 

(원주시에서 먼저 설치한 정상 표지석)

 

백운산 정상을 뒤로하고 280랠리 코스답사를 위하여

남릉 주능선을 따라 내려갔다.

산을 찾는 사람이 적어 등산로 폭이 확보되질 않아서

잔차가 자꾸만 잡목과 잡초에 걸려서 진행이 쉽지 않았다.

 

 (남릉 능선안부의 헬기장)

 

남릉 주능선 안부의 헬기장에서 어부 행동식인 가래떡으로 요기를 했다.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으나, 이 능선에서 두시간을 넘게 헤메고 다닌 것 같다.

안부에 위치하는 두번째 묘에서 상학동길로 내려가야 하는데,

차도리계곡 싱글코스를 염두에 두다가보니,

주능선만 타고 내려가다가 시간이 더 지체되었다.

 

(남릉 능선 안부의 묘지에서) 

 

남릉 북사면 안부를 지나자, 등산로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잡초가 무성하다.

남릉의 동측면으로 돌아서 임도 근처에 다다르자 등산로 이내 사라져 버렸다.

임도를 만난 즐겨움도 잠시 가파른 절개지를 잔차를 움켜쥐고 내려가야하는 신세~~~처량 !

아마도 임도가 생기면서 주능선 등산로가 사라진 것같다.

 

 (남릉 북사면 안부에 걸린 애드벌룬 잔해)

(덕동임도에서 바라본 백운산 남릉) 

 

(잔차를 움켜쥐고 내려온 절개지-코아네트 덕분에 무사히) 

 

운학임도를 다운힐하는데, 등산객이 날 멈춰세운다.

"길 잃은 어린 양"이다.

산길을 잘못 잡아 백운산 반대편으로 넘어와서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백운산 휴양림 지도를 펼쳐 보이면서 원주로 가는 길을 물어보기에,

어부가 준비한 백운산 라이딩코스지도를 보여주고 설명을 해주었다.

마침 280랠리 표식이 설치된 곳이라서  임도를 따라 가다가

280랠리 백운산 싱글코스로 해서 중계소로 넘어가는 길을 일러주었다.

 

(운학임도 삼거리의 280랠리 표식) 

 

280랠리 백운산 싱글코스 입구에 도착은 하였으나,

이제는 심신이 지쳐서 진입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급히 설치된 안전테이프와 표식은 강풍이 불면 금방 날아갈 것같았다.

(운학임도 종점 부근의 싱글코스 입구) 

 

운학임도 종점까지만 라이딩을 하고 발길을 돌려

오던 길로 되돌아서 내려갔다.

조금 전에 만났던 길 잃은 양을 다시 만나서

길안내를 다시 해주고 덕동임도를 따라 충주로 행했다.

징그러운 백운산 자락의 임도를 내려 오면서

하늘같은 마나님에게 구원의 전화를 했다.

어부가 라이딩하면서 구원을 요청한 적은 처음이다.

악착같이 끌고서라도 집에 돌아갔는데,

오늘은 천등산 다릿재를 넘어갈 체력이 아닌 것같았다.

덕동에서 다운힐이 시작되면서 잔차에 속도가 붙었다.

덕동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집으로 가는 길~~~

무척 발길이 가벼웠다.

화당초교 앞을 지나 방학리 도로에 들어서니,

마나님이 쌍라이트를 키며 나를 반긴다.

 

멀리 박달재가 있는 시랑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차에 올라 지나온 무용담을 자랑 삼아 마나님에게 고한다.

잘난 척~~~~~

 

 (피로가 겹쳐서 라이딩을 포기한 백운면 방학리 도로-천등산 다릿재를 넘지 못하고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