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삶과 담소/추억과 생각

제48회 충주시립우륵국악단 정기연주회를 보며

산골어부 2010. 12. 17. 13:15

  2010년 12월 15일

 

  충주시립우륵국악단 정기연주회 "시민과 함께하는 송년음악회"를 관람했다. 충주를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예술과 전통의 고장이라고 자랑하는 시민과 지역인사들은 보이지 않고, 충주 MBC 어린이 합창단 가족과 충주예총 합창단 가족들만 객석에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초청인사가 앉아야할 지정석은 공연이 시작될때 까지 텅 비어 있다가 공연 중간에 시장님과 참모들이 잠시 머물렀다가 공연과는 무관한 인사말을 하고는 도망치듯이 객석을 빠져 나갔다.  또한 공연의 피날레는 개그맨과 화음과 율동도 맞지 않는 캐롤송으로 끝나버렸다.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공연이였다. 충주가 자랑하는 우륵국악단이  왜 외면당하는 것일끼 ? 이 공연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 단장님과 단원들의 노고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내년에도 다시 이 공연을 보러와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여름에 음성 예술문화회관에서 열린 음성체임버오케스트라(Eumseong Chamber Orchestra) 제12회 정기 연주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음성이라는 작은도시에 건립된 예술문화회관은 시작부터 현재까지 말썽이 많은 곳이다.  음성이라는 소도시에는 과분한 문화공간으로 그 공간의 활용 및 유지관리도 어려운 문화시설이다.  그 힘든 배경 속에서도 열린 음성체임버오케스트라 정기공연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오케스트라는 아마추어로 구성된 단원들이라서 공연의 구성이나 진행 그리고 수준이 많이 미흡했지만, 출연하는 단원들의 열정과 그를 치겨보는 관객들의 모습은 참으로 진지했다. 또한 오케스트라를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객석에 앉아 관람하고 떠나는 군수님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음성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  또 그 곳에서 생업에 종사하면서 이런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기획하고, 공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음성체임버오케스트라에 비하면 충주시립우륵국악단은 수준급의 단원들로 구성되어 그 어느 무대에 올려도 손색없는 국악단이고,  또한 인구가 20여 만에 불과한 시에 이런 국악단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왜 충주시립우륵국악단은 시민에게 외면 당하고 있는 것일까 ?  얼마 전에 모방송에서 방영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떠오른다.  김영민(강마에)가 펼치는 연기보다는 그가 속한 자치단체가 그에게 보여준 행태와 오케스트라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분석해보면 그 드라마에서 시장은 오케스트라를 단지 시 관련행사를 위한 껌딱지로 밖에 보질 않는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의 행사와 홍보를 위한 전유물일 뿐. 시민을 위해 아름다운 시간과 휴식을 주기 위한 문화가 아닌 단지 예술과 문화를 가장한 도구일 뿐이다. 이는 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 산하의 역사.문화.관광 등을 관장하는 조직이나 지역의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말로는 역사와 문화를 외치면서도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충주가 자랑하는 가야금과 우륵에 대한 현실을 살펴보자. 우륵의 고향이라는 경남의 고령에서는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를 개발하고, 우륵의 사당과 기념탑을 설치하고,우륵박물관과 가야금 제작 공방과 체험마을을 조성하고, 대가야 축제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륵 문화제는 오랜 전통 속에서도 발전하지 못하고, 퇴색해 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  왜곡된 지역정서로  충주전투의 패장인 신립장군이 충주를 대표하는 충신으로 등장하고, 택견무술이 충주를 대변하는 전통무술로 왜곡되어 세계전통무술로 등장한다.  그로 인하여, 우륵. 강수,김생 등은 충주의 전통문화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또한  한강유역의 전략적 요충지인 중원경과 그 중심에 선 중앙탑, 남한강 물길과 철의 산지가 아니라,  중앙탑이 한반도의 중심. 세계의 중심으로 과장되고, 이는 우륵 문화제냐 중원 문화제냐 하는 명칭 논란으로 까지 전개되고, 우륵 문화제는 탄금대공원이 아닌 조선시대 읍성인 관아공원과 상가로 쫒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중원 또는 국원문화가 정립되지 못한데서 기인된 것이 아닌가 한다.  즉 근래의 급변하는 지역환경에 가치관이 정립되지 못하고, 특정인들의 정치적 과시욕과 전시행정에 따라 지역정서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이번 충주시립우륵국악단의 정기연주회를 보면서  관계기관과  담당자들이 기획과 홍보에 조금 심사숙고했다면, 우륵국악단의 노고가 더 많은 시민들에게서 박수와 격찬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기 연주회에 관한 홍보글이나 안내가 시청과 우륵국악단 사이트는 물론이고, 시 관할 게시판이나 충주시내 각급학교에 걸린 것을 볼 수가 없었고, 단지, 시청 홈페이지 공연안내란에 공연일자만 공지되어 있을 뿐이었다.  일반시민에게 홍보되지 않은 공연을 누가 보러 가겠는가 ?  관객이 없는 공연의 다음 순서는 무엇일까 ?

 

 충주라는 작은 도시에서 문화행사를 볼 수있는 기회는 아주 적다.  오케스트라나 뮤지컬 등을 보기 위해서는 청주나 서울로 가야한다.  그 문화적 소외감이 중소도시에 사는 배부른 사람들의 소리가 아니라, 일반시민과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전통과 문화를 사랑하는 예술의 고향으로 가는 길은 아닐까 ? 지역축제행사에서 눈요기식으로 보여주는 문화행사가 아니라 작은 행사라도 보다 깊고 알차게 노력하는 마음이 예향을 꿈꾸는 길은 아닐까 한다.

 

 

 

(참고자료 - 충주시립우륵국악단 정기공연 사진)

 

(자료사진 -2007년 정기공연)

 

(참고자료 - 음악회 홍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