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산과 들/들길 따라서

소백에 누워

산골어부 2017. 8. 9. 06:15


 

 

 

 

 

 

 

 

 

 

 

 

 

 

소백에 누워

 

오늘도 입추라는 절기와 달리

무더운 정도가 아니라,

뜨거운 하루였다.

 

어부의 공사현장은

철골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섭씨 30 여도는

백엽상 속의 그늘 온도일 뿐이며,

건설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섭씨 45도를 넘나든다.

하지만 45도는 햇볕에 노출된 온도에 불과하다.

빨갛게 녹막이 페인트가 칠해진 철골 위의 온도는

60도에 가까워 맨손으로는 만질 수도 없고,

계란를 깨서 놓으면 계란 후라이가 되는 정도다.

그리고 단열재나 데크철판을 깐 작업장 등은

열반사로 두배로 뜨겁고, 눈이 부셔 얼굴에 화상을 입거나,

망막이 손상되기도 하여 작업을 할 수가 없어

오후 작업을 중지한다.

뜨거운 여름낮에 아스팔트 포장이나,

아스팔트 방수를 하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상황이다.

 

슬픈 현실이지만

이 뜨거운 상황에서도 공사를 멈추지않고 진행하여야한다.

오늘도 뜨거운 철골 위에서 작업을 한다.

 

어부는 에어컨 바람 뿐만 아니라,

선풍기 바람도 싫어한다.

직원들이나 근로자들의 휴식을 위해 에어컨을 가동시키지만,

그로 인해서 몸이 더 피곤하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오늘도 소백 자락에 누워 하루의 피로를 푼다.

소백산 자락에서 내리는 계곡물은 발을 담그면 춥고,

계곡바람은 시원하다.

하지만 한낮에 달궈진 바위는 뜨겁다.

바위에 누우면 맥반석 찜질방같지만,

찜질방과는 전혀 다른 묘한 피서비법.

 

소백자락은 하루의 피로를 깔끔하게 날려 버린다.

자연의 고통을 자연이 준 선물로 푸는 것.

이열치열이다.

 

"아침이슬"이란 노래처럼

시련을 견디는 것도 자연의 이치며 섭리다.

덥다고 에어컨 끼고 사는 친구들.

정말 덥다는 것을 알기는 하는지.

이글거리는 아스팔트를 라이딩하다가

만나는 소나기의 쾌감을 아는지.

 

오늘도 소백에 누워 행복한 망상에 잠기며

"아침이슬"을 흥얼댄다.

'산과 들 > 들길 따라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섬마을 모래밭에서  (0) 2017.09.09
배롱나무 숲 속에서  (0) 2017.08.20
무섬마을 외다리에서  (0) 2017.08.01
순흥 벽화고분에서  (0) 2017.07.21
소나기가 지나간 후 야경  (0) 2017.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