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산과 들/들길 따라서

배롱나무 숲 속에서

산골어부 2017. 8. 20. 20:28

 

배롱나무 아래서

 

                                                  산골어부


붉은 꽃잎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매롱매롱거리며 웃는다.


무더위에 지친 여름날에

산사를 물들인 배롱나무꽃.

보잘 것도 없는 작은 꽃들이

떼를 지어 피고지고 또 피어

장마와 여름을 지나

가을 문턱을 넘는다,

 

오늘도 붉은 배롱은

대롱대롱 매달려

소리없이 배시시 웃는다.

 

 

단풍처럼 물든 배롱나무꽃

낙엽처럼 떨어진 꽃잎들도

빗물에 젖고 이슬에 젖어

하늘과 땅을 물들인다.

잡초같은 매롱나무꽃.

 

 

 

 

 

내일도 붉은 배롱은

대롱대롱 매달려

벌나비를 기다릴까 ?

 

 

 

여름이 가도 배롱은

석달 열흘 피는 백일 동안.

아니, 피고지고 또 핀 백일 동안.

꽃잎 하나 주워드는 사람이 없어도

기나긴 여름밤과 낮을 버틴다.


                                                     2017.  8.  20 (병산서원에서)

 

 

 

 

 

 

 

 

 

 

 

 

 

 

 

 

 

 

 

 

 

병산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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