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봉 동굴을 바라보며
80학번으로 충북대학교를 다녔기에 두루봉 동굴의 발굴유물도 대학 박물관 수장고에서 몇 차례 본 적이 있었지만, 두루봉 동굴 유적지를 다녀온 것은 처음이었다. 청남대를 오가면서도 큰 용굴이나 작은 용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나이 들면서 향토사에 관심을 두다가, 점점 고대사에 빠져 들면서 지역의 유적지들을 찾게 되었고, 이제서야 두루봉 동굴도 찾게 되었다. 이 글은 이번 답사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두루봉 유적지에 대한 학술적인 설명보다는 두루봉 유적지를 어떻게 보존하고 개발해야 좋은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어서 개인적인 의견을 남겨본다.
두 개의 커다란 웅덩이는 ?
두루봉 유적지에는 커다란 두 개의 웅덩이가 있다. 하나는 큰 용굴 유적지로 폐광이 되어 웅덩이에 지하수가 고여 석회석지대에서 나타나는 물웅덩이가 형성되어 허락만 된다면 수영도 하고픈 유혹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이 든 것도 접근할 수 없는 곳이기에 나타나는 환상이 아닐까 한다. 물론 큰 용굴 유적지는 폐광지대라 철책으로 둘러쌓여 접근할 수도 없고, 일부구간의 가림막 휀스에는 두루봉 유적에 대한 사진과 발굴과정들이 전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방문자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또한 큰 용굴 유적지와 달리 아래쪽에 있는 석회석 광산은 큰 용굴 유적지보다 더 큰 웅덩이가 형성된 노천광산으로 아직도 석회석 채굴이 이루어지고 있어 두 개의 커다란 웅덩이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노천광산은 채굴하는 방식이 채굴장비나 운반장비들이 작업도로를 이용하여 이루어지기에 노천광산 작업장까지 작업도로가 개설되어 중장비들이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경사용 도로를 이동한다. 단양과 영월의 석회석 광산과 달리 두루봉 유적지의 광산지대는 또 다른 시각적 효과를 주는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답사에서 두 개의 커다란 웅덩이를 바라보면서 웅덩이를 메우지 않고, 동굴 유적지든 동굴카페든 초대형 관광지로 개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그에 대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폐광지역의 개발에서 붕괴, 추락, 낙하물, 침수 등 수많은 안전요인들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단순한 복구로 인하여 엄청난 비용을 들여 웅덩이를 매립하여 방치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기술과 공법으로 현재의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1. 수직갱도와 수평터널의 개설
박물관이든 위락시설이든 볼꺼리와 즐길꺼리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그에 대한 설계는 전문가들이 더 잘알고 있겠지만, 문제는 법제도와 규제에 따른 제약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두 개의 커다란 웅덩이 위에 대형돔을 설치하여 전천후 야외 전시장을 만들거나, 두 개의 커다란 웅덩이를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웅덩이 사이에 수직갱도를 설치하여 승객 및 화물용 승강기를 설치하고, 두 개의 웅덩이 사이에 수평갱도를 설치하여 관람용 이동 통로를 만들어 주고. 상부의 웅덩이와 하부의 웅덩이의 수위를 대청댐의 만수위를 고려하여 웅덩이 내부의 지하수와 우수 그리고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배수로 또는 배수 터널을 설치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다. 투자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배수설비 및 이동통로를 기존설비 방식으로 유지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사고일 것이다.
그리고, 두 개의 커다란 웅덩이에는 석회석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도로와 지하 작업장들이 있기에 이를 활용하여 접근할 수 있지만, 작업용 도로를 따라 잔도를 만들거나 데크를 조성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인공석굴을 조성하여 휴식이나 전시공간을 암벽에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직갱도를 이용한 승강기의 설치비용을 줄여 두 개의 웅덩이에 노출형 승강기와 전망대와 철계단을 설치할 수 있고, 입체 공간을 활용한 와어어 로프나 캣워크같은 공간체험시설과 레이저나 드론을 이용한 영상기술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동굴연못과 수영장
두 개의 커다란 웅덩이 바닥에는 작은 동굴 연못과 노천 수영장도 조성하여 석회석 지대의 독특한 풍경을 오아시스처럼 조성하는 것도 좋고, 큰 용굴의 인공석굴에는 선사시대의 유적 박물관도 만들고, 현재의 노천광산에는 석회석 광산의 체험실과 쥐라기 공원을 조성하면 어떨까 한다. 해외의 동굴 주거지와 석굴사원들을 재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화강암 지대로 석회암 지대처럼 석굴 사원이나 유적들이 없기에 또 다른 이미지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두 개의 커다란 웅덩이가 보여 주는 입체적 공간은 살리고, 그를 활용하여 연출할 수 있는 기법은 수없이 많다. 두 개의 커다란 웅덩이를 폐광지대의 매립이나 복구가 아닌 적극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국가나 지차제에서 과감한 투자와 제도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3. 작은 용굴과 또 다른 동굴
두루봉 동굴 유적지인 큰 용굴은 훼손되어 복구할 수 없는 상태이며, 또 다른 작은 용굴도 대청댐과 청남대에 밀려 청남대를 오가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답사에서도 작은 용굴은 사유지 문제로 접근로조차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동굴 내에 설치된 관람시설이나 조명시설도 방치된처럼 보였기에, 관할 지자체에서는 해당 사유지를 매입하던가 ? 아니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사유지를 개방하는 조치를 취했으면 한다. 또한, 두루봉 동굴 유적지 내에는 또 다른 동굴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이번 답사에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발굴조사 후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단양이나 울진 삼척지역의 천연동굴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동굴 유적지와 동굴 관광지는 자연공간이 아닌 오늘날의 현대적 기술과 공법이 연출하는 문화공간으로 태어날 것이다.
두루봉 동굴을 돌아보면서 개발과 보존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무엇이 두루봉 유적지를 위한 것인가. 두루봉 유적지는 폐광지대만은 아닐 것이다. 폐광지대의 복구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로 관광개발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수직갱도와 터널을 만드는 것이 대단한 기술도 아니고, 지하 공간을 전시장 또는 휴게공간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기술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천연동굴 또는 원형보존이라는 굴레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지혜로운 생각은 아닐 것이다. 두루봉 동굴을 돌아보면서 개발과 보존이라는 문제는 잘못된 법과 제도가 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를 과감하게 바꾸지 않으면 두루봉 동굴은 폐광지대라는 오명으로 수십년을 더 방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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