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가 내리는 것인가.
겨울 비가 내리는 것인가.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에 비내섬을 찾았지만
질퍽거리는 진흙길과 미끌거리는 자갈길이
비내섬 산책길을 어수선하게 가로막아 선다.
몇 년 전만해도 자갈만 굴러다니던 골재장이었는데,
이제는 수많은 이들이 억새숲의 비내길에 찾아든다.
모래톱에서 솟았던 단양쑥부쟁이도 억새밭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남한강 샛강인 비내늪지에서 자라던 갈대와 버드나무는
어느 덧 비내섬의 점령군이 되어 또 다른 군락 서식지를 이룬다.
머지많아 억새로 유명한 비내섬은 버드나무숲으로 변하지 않을까.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 속에 걷는 비내길은
하얗게 피어난 낭만의 억새길이 아니라
진흙과 풀잎이 뒤엉키는 다시는 가고싶지 않은 길.
하지만 우리는 어느덧 편하게 걷는 길에 익숙해져서
흙조차도 밟지않는 산책로를 만들고 그를 생태공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콘크리트 포장도로와 합성목재로 만든 가짜 천연 데크길과
엉터리 황토길을 만들어 생태공원이 아닌 인간 놀이터를 만든다.
가을비 우산 속에 비친 비내섬의 억새숲과 진흙길은
또 다시 언젠가는 닥쳐올 대홍수가 지나간 후에는
아니면 바보 같은 사람들에 의해 불길에 휩싸인다면
~~~~
하지만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또 다시 봄이 오듯이
비내섬은 또 다시 그러한 세월을 반복해 나아갈 것이다.
비내섬을 떠나며 비내길이 빨리 사라져 사람이 찾지 않아
철새들의 낙원인 비내철새도래지로 돌아가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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