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덕 가는 길( 삼탄강 트레킹 중에서)
제천의 대덕산-마미산-국사봉 산행코스는 충주시와 제천시 경계를 산행하는
사람들이 간혹 찾는 산줄기다. 등산이라기보다는 오지의 산줄기를 따라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곳으로 일반 등산객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제천의 마미산은
원주 치악산 남대봉에서 뻗어내린 영춘지맥에서 또 다시 분기한 갑산지맥으로
제천시과 제천천을 감싸는 산줄기이다. 마미산은 제천 백운산에 뻗어내린
백운지맥과 천등지맥처럼 볼거리와 조망이 좋지 못하다.
이 글에서는 마미산 산행 중에 고생한 벌목지대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본다.
제천천의 별칭인 삼탄강과 삼탄강 도강코스는 산골어부와 인연이 많은 곳이다.삼탄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아픈 추억이 깃든 곳이지만 언제나 나를 반긴다.
삼탄강이 나를 반긴다기 보다는 내가 삼탄강이 좋아서 그렇게 느낄 뿐이지만
산골어부는 삼탄강에만 가면 멍청한 바보가 되곤 한다. 삼탄강에서 두 번의 죽을
고삐를 넘겼는데도 왜 그를 잊고 또 다시 바보같은 실수를 할까 ? 이번 마미산
산행에서도 산행규칙을 망각하고 등산로를 우회하다가 불필요한 생고생을 했다.
아영하면서 지켜야할 규칙을 망각하여 죽을 뻔했고, 라이딩을 하면서 라이딩
규칙을 망각해서 죽을 뻔했다. 죽을 뻔했기에 다행히 아직도 살아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당시의 상황들을 돌이켜보면 "왜 그랬을까 ?" 하고 후회를 한다.
모든 일에는 방심과 자만은 금물이다. 설마가 현실로 나타날때, 후회는 늦다.
다행히 화를 면했다고 할지라도 그로 인한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얼마 전에 주말을 맞이하여 한적한 산행을 하기위해 마미산을 다녀왔다.
산행의 들머리는 충북선의 공전역 서측의 옛 장재덕 마을 입구로 갈수기에는
쉽게 도강할 수 있지만 홍수기에는 도강을 할 수 없는 곳이다. 마미산 산행
코스는 이곳에서 시작하여 국사봉 까지 왕복하거나, 하천리 부산(면위산)까지
종주하여 충주호 리조트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 충북선의 공전역과 삼탄역은
간이역이다. 초라한 간이역들이 사라져가듯이 아픈 추억과 기억도 사라져간다.
아무도 살지않는 장재덕 마을에는 아직도 농경지와 조상의 묘소 때문에 그
인연을 끊지 못하는 고향사람들이 찾아갈 뿐이다. 어부는 장재덕을 왜 찾을까 ?
어쩌면 추억들을 못잊어 다시 찾는 것은 아닐까 ? 이번 마미산 산행에서도
온통 지난 날의 추억들을 회상하는 잡생각들 뿐이다. 아마도 그 잡념 때문에
산행코스를 이탈하여 우회하다가 간벌지대에서 고생을 했던 것은 아닐까 ?
산행코스를 이탈하여 혼란에 빠졌을때, 바로 원점으로 복귀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하지만 산이 작다고 착각하거나, 조금만 더 가면 되겠지하고
방심하여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수 있다.
이번 산행에서는 공전역에서 국사봉까지 산행을 끝내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능선 코스를 이탈하여 굴탄리 계곡으로 쉽게 하산 하려다가 마미산
-510봉-514봉-국사봉에 이르는 북사면의 간벌지대에 빠진 것이다. 산행 중에
벌목지대에 빠져본 분들은 그 심정을 잘 알 것이다. 벌목지대도 목재와 잡목을
정리한 지역은 쉽게 빠져 나갈 수 있으나, 정리가 안되었거나, 간벌지대를
빠져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 산행에서도 간벌지대를 바로 이탈했으면
문제는 간단한데, 조금만 가면 되겠지하는 착각에 산허리를 3개나 감아돌며
시간을 지체했다. 마미산이 작은 산이라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벌목지대를
우회할 수도 있었는데, 목표지점으로 빨리 갈 생각만 하고 자꾸 진행하다가
가시덤불과 잡목에 걸려 고생을 했다.
산행을 끝내면서 충북선 철길을 바라 보았다. 충북선 철길과 삼탄강을 따라
내려가면 설경구가 출연한 "박하사탕 촬영지"인 진소마을이 있다. 진소마을은
철길을 따라 걸어가면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삼탄강 도강코스를
따라 장재덕 마을을 경유하여 삼탄강을 두 번 도강하여 가면 60분 정도 걸린다.
철길을 따라 걷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철길을 따라 진소마을로 향해 걸어간다. 박하사탕의 마지막 장면에서
설경구가 외치는 "나 다시 돌아갈래."가 떠오른다.
왜 돌아가고 싶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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