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씻으며
예전에는 은행이 귀해서
은행잎도 약에 쓴다고
돈을 주고 훑어가더니,
요즈음은 너무 흔해서 천덕꾸러기가 되어
나뭇가지도 잘라내고, 나무잎과 열매는
떨어지기가 무섭게 쓰레기장으로 향하여
약이 아니라 개똥처럼 취급합니다.
시골집에 있는 은행나무도 너무 커서
올겨울에는 나뭇가지를 치려고 합니다,
누님이 심은 것으로 수령이 오십 년 정도로
가지도 무성하고 키도 건물의 4~5층은 되어
나뭇가지가 옆집에 피해를 주기도 하고,
은행잎과 열매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 동안은 부모님이 용돈으로 쓰기도 하고,
은행잎과 열매를 텃밭거름으로 쓰기도 했지만,
이제는 힘에 겨워 몽땅 잘라 버릴 수는 없고,
조금만 남겨 가족들의 추억으로 삼으려 합니다,
올해도 은행을 수확하며 몇 자만 남겨 봅니다.
은행냄새가 고약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인간의 코는 적응이 빨라서 처음에만 느낄 뿐.
마취가 되어 은행을 씻는 동안은 그 냄새를 잊습니다.
은행냄새가 어시장의 생선 비린내나
돼지나 소고기를 굽는 고깃집 냄새만 하겠습니까 ?
일부의 까탈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명절 증후군이라고 떠들어대는 방송을 볼 때면,
즐거운 명절을 왜 저렇게 비하할까 ? 생각하면서
그 실상은 일반인보다는 기자나 아나운서들이
자신들의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즐거움을 위해 고생을 감수하는 것도 싫은 사람들처럼
온갖 변명과 핑계를 늘어놓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올해도 은행을 씻으며,
은행을 누구에게 나누어 줄까 ?
은행 덕분에 어머님의 소일도 생기고,
은행을 씻으며 운동도 하고,
시골집에 머물러 힐링도 하고,
어릴 적 냇가의 추억도 회상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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