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날에
산골어부
나도 모르게 하품이 나온다.
뜨락에 누운 강아지도
햇살에 겨워 기지개를 편다.
부풀어 오른 꽃망울도
부끄러워 가슴을 붉힌다.
나도 모르는 콧노래가 나온다.
콧등에 흐르는 가벼운 떨림은
잠꼬대처럼 주절거리고,
마음으로 속삭이는 설레임은
이른 봄날에 꽃나비를 그린다.
나도 모르게 실개천이 보고 싶다.
실없는 장난도 싫은 개구쟁이처럼
변명과 핑계를 책갈피에 끼우며,
물소리가 그리운 버들 강아지처럼
철부지 개구리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
나도 모르는 봄내음이 느껴진다.
우수 경칩도 먼 추운 봄날에
올농사를 준비하는 농부처럼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울림처럼
흙에서 솟아나는 봄을 맞으러 가자.
2020. 2. 3
'삶과 담소 > 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라님의 어용(御用)들 (0) | 2020.02.12 |
---|---|
나만의 뜨락에는 (0) | 2020.02.09 |
세뱃돈과 제로 섬(zero sum) (0) | 2020.01.28 |
우리 우리 설날은 (0) | 2020.01.26 |
명절 증후군(holiday syndrome) (0) | 2020.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