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굴포운하 유적지에서
태안 굴포운하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실패한 국책사업이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작은 수로에 지나지 않지만, 당시의 토목기술로는 김제의 벽골제나 간척사업보다도 더 어려운 공사였다. 태안 굴포운하 유적지는 보존되지 않고, 방치되어 찾아오는 사람도 없지만, 역사적 가치로 보면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보다도 더 큰 사적지일 것이다.
태안 굴포운하 유적지를 돌아보며 굴포를 파던 당시의 공사현장을 상상해본다. 그 당시의 굴포를 오늘날의 건설중장비를 동원하여 굴착하거나 해저터널로 완성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 굴포운하공사에 필요한 공법이나 공사비는 단순한 토공기술과 단순한 중장비 사용료에 불과할 것이다. 소형 관광선이 운행할 정도의 수로를 연결하는 공사를 1KM에 100억으로 개산하면 태안 굴포운하 공사비는 약 1,000억 정도겠지만, 그보다는 부지매입과 보상비, 환경문제와 운하의 활용방안, 유지관리 등이 더 큰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굴포운하가 완성되면 태안군을 섬(태안도)이라고 불러야 할까 ? 아닐 것이다. 사람과 화물을 운송할 필요도 없는 운하는 단지 역사관광이라는 세트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태안군 전체와 인접한 가로림만과 천수만을 포함한 지역을 관광특구 또는 국립해양공원이라는 큰틀에서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면 어떨까 ? 서산방조제로 형성된 부남호와 인평저수지의 수질문제가 아니라, 수질오염원을 제거하고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정상적인 계획이지만, 이런 큰틀의 계획을 수립하는 인물이나 정권은 볼 수가 없다. 정치인들은 중장기계획을 세우질 않는다. 시화방조제나 새만금방조제에서 보듯이 정치인들은 도움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혼란만 초래한다. 국책사업의 중장기계획의 결과는 자신이 아닌 먼훗날의 후손들이 누리기에 자신의 치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생색도 나질 않는다. 태안 굴포운하를 정치적인 논리로 본다면 손해보는 장사다. 오백여년 동안 포기한 태안 굴포운하 유적지를 돌아보며 먼 하늘을 바라본다. 꼼수가 아닌 묘수는 없을까 ? 간척사업이 아니라 역간척사업 진행되어야할 현시점에서 환경오염이 아니라, 생태계 복원 차원에서 ~~~~~
"굴포는 육지와 습지(濕地)가 함께 이어져 물을 건너는 곳은 겨우 20리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은 마음이 깊지 못하여 큰일을 해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어렵게 여깁니다. 그러나 1년간의 조선(漕船)ㆍ상선의 패몰과 사람이 빠져 죽은 일 등을 계산해 보면 그 경비가 거만(巨萬)에 이르러 계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더구나 노는 인력을 부역(赴役)하게 한다면, 설사 일을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진실로 나라에 손해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중종실록에서)
굴포(堀浦) : 논밭에 물을 대기 위하여 만든 보조 수원 시설.
댈 물량이 적은 곳이나 기본 수원(水源)의 물이 미치지 않는 지대에 일정한 규격의 크기로 웅덩이를 파서 만든다.
조거(漕渠) : 교통 짐을 싣거나 풀거나 할 때 배를 들이대기 위하여 파서 만든 깊은 개울.
운하(運河) : 배의 운항이나 수리(水利), 관개(灌漑) 따위를 위하여 육지에 파 놓은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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