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역사란 그늘 아래서/흔적을 찾아서

[스크랩] 현구정과 전사정은 금탄(金灘)에 있는데

산골어부 2010. 11. 15. 14:23

다산시문집(茶山時文集)시(詩37) | 다산시문집(茶山時文集)

기행시 절구[紀行絶句] 동쪽으로 충주(忠州)까지 이르렀고 진천(鎭川)을 거쳐
안산(安山)까지 이르는 도중에 지은 것이 12수인데 여기에 6수를 수록한다


성한 버들 고운 잔디 제방 곧게 뻗었는데 / 暗柳晴莎一字堤
두어 집 아낙네들 앞 시내에서 빨래하네 / 數家洴澼在前溪
말고삐 멈추고서 탄정 길을 물었더니 / 停驂爲問灘亭路
아이에게 일러서 강 서쪽을 가리키네 / 還倩兒童指水西

대탄(大灘)을 지나며 짓다
구름을 일고 번개 치며 나는 뱀 꼬리치니 / 礮雲飛電曳騰蛇
세찬 바람에 유삼이 폭마다 미어지누나 / 風掣油衫幅幅斜
진노를 잠깐 거두자 하늘빛이 맑아지고 / 震怒俄收天色澈
석양이라 강변에 엷은 노을 일어나네 / 夕陽江畔起微霞

영죽(迎竹)에서 비를 만나
아련할사 탄금대는 강기슭에 우뚝하고 / 縹緲琴臺水岸高
영랑이라 끼친 자취 구름 속에 묻히었네 / 永郞遺跡入雲濤
오늘날도 신립 장군 진을 쳤던 자리엔 / 至今申砬行營處
음산한 날 이따금 진영 깃발 보인다오 / 陰雨時時見羽旄

탄금대(彈琴臺)를 바라보며
몇 송이 꽃 한들한들 텅 빈 뜨락 적막한데 / 空庭寥落數枝花
현구정은 자취 없고 전사정은 낡았고녀 / 無跡玄龜舊篆沙
건넛마을 새터 살이 그 또한 부럽거니 / 隔巷新居差可羨
봄이 오니 예전처럼 뽕나무 삼대 우거져 / 春來依舊有桑麻
현구정과 전사정은 금탄(金灘)에 있는데 고(故) 사간(司諫) 권공(權公)이 살던 곳이다.

그의 후손 육(粥)의 고모부 권공(權公)이 그 동쪽에 자리잡아 살았다.
높은 절벽 깊은 골짝 초목이 울창하여 / 峭壁回谿草木蓁
예전부터 사람들이 호랑이와 이웃했네 / 舊來人虎與爲隣
쳐다보니 꼭대기엔 화전 연기 피어나 / 試看絶頂燒畬火
이는 정녕 사농의 적외민이 아니런가 / 猶是司農籍外民

진천(鎭川)의 북촌(北村)을 지나며
서쪽 해협 바라보니 구름 노을 쌓였고 / 海門西望積雲霞
쓸쓸한 마을에는 두어 집이 드문드문 / 蕭瑟村墟或數家
지난달 넘친 물에 제방이 무너져서 / 前月潮多堤水破
가래 괭이 가지고 들사람들 고생하네 / 野人辛苦集鉏鋘
안산(安山)의 섬촌(剡村)에 당도하여

[주D-001]유삼 : 천에 기름을 먹인 적삼으로 비옷을 말한다.
[주D-002]영랑 : 신라 효소왕(孝昭王) 때의 화랑으로, 술랑(述郞)·남랑(南郞)·안상(安詳) 등과 더불어 사선(四仙)이 있는데 그 중 하나.
[주D-003]사농 : 한(漢) 나라 때 9경(卿)의 하나로 농정을 맡은 벼슬인데, 여기서는 우리나라
의 호조를 가리킨다.
[주D-004]적외민 : 호적에 누락된 백성. 곧 조세를 내지 않는 백성을 말한다.

출처 : 남한강 물길 따라 이어지는 MTB 여행
글쓴이 : 산골어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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