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지와 문풍지
영창, 들창, 갑창, 봉창, 흑창, 바라지창, 눈꼽째기창, ~~~~전통건축의 창호에서 영창과 갑창(흑창)은 왜 필요할까 ? 또 들창과 봉창은 무슨 용도로 만들어 졌을까 ?전통건축의 주거시설인 가옥에서 창호는 크기도 작고 폐쇄적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후가 겨울에는 춥고,여름에는 덥고 습하여 가옥의 벽체는 흙으로 쌓고, 바닥은 온돌을 깔고, 창문은 가급적 작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전통가옥은 추운 겨울을 대비한 폐쇄적 공간으로 형성되지만 무더운 여름철을 지내기 위한 대청마루나 누각 등은 서민의 가옥보다는 사대부의 가옥에서 개방된 공간형태로 나타난다. 일부에서는대청마루나 누각도 붙박이문을 설치하여 밀폐된 공간을 만들지만 용도에 따라 문을 개폐할 수도 있다.즉 전통건축에서의 난방과 단열문제는 채광보다는 열에너지의 효율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통건축은 그 지역의 기후특성과 생활습성이 반영되어 있기에 독특한 건축형태로 나타나지만 오늘날 현대건축은 자연현상에 따른 요구조건보다는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이나 기능을 중요 시한다.
요즈음 전원주택에서 패시브 하우스와 제로에너지 하우스란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고유가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주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벤트처럼 보여진다. 패시브 주택은 경제력 넉넉한 사람보다는
전원생활을 꿈꾸거나 농촌에서 서민들이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을 나기 위한 냉.난방비를 절약시키는 과학적인
신개념의 주택이라기보다는 에너지 법칙에서 일부 이론을 내세워 만들어진 물을 이용한 수소자동차나 태양열을
이용한 솔라자동차에 비유되는 패시브 주택인 것이다. 주택의 설계와 시공에 있어서 환경적 요인들을 반영하여
충족시키려면 엉청난 비용과 모순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다만, 경제적인 주택을 원한다면 전통주택에서 기후와
관습이 반영된 기법들을 적용할 수도 있으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불편한 전통가옥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패시브 주택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리고, 패시브 주택에서 시공과 건물유지비가 저렴하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솔라자동차나 수소자동차의 논리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수소자동차나 솔라자동차는 왜 현실성이 떨어지는가 ?
그리고, 전기자동차와 알코올자동차는 왜 널리 보급되지 못할까 ?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론과 달리 효율성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취할 수 있는 열에너지를 최대한 확보하고 이용하는 것은 옭은
일이지만, 그로 인하여 건축비의 상승과 유지관리가 힘들어지면 불편한 전원생활로 이어질 것이다.
열에너지 축열과 단열에 따른 건물의 냉.난방문제는 비단 오늘날에 국한 된 것은 아니며, 유구한 역사 속에서
자연현상과 싸워온 전통건축역사의 한부분이다. 산업기술에 따른 주거형태의 변화에서 단열이라는 기술적
문제보다는 쾌적성과 디자인이 우선하기에 현대주택이 비경제적이고 비합리적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은 주택의
유지비인 냉,난방비 때문에 선사시대의 움막이나 초가 같은 폐쇄적 공간에서 살기를 바라진 않는다. 일부에서는
천연자원으로 지어진 나무나 흙의 우수성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주거시설이 요구하는 조건들 중 극히 일부만을
충족시키는 특별한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패시브 하우스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연환경과 자연을 극복하려는
지혜는 되새겨 봐야 한다. 그리고 현대건축에서 지나치게 미관과 기능을 선호하는 현상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현대주택에서 자연 채광으로 흡수되는 열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창면적을 확보해야 하지만,
창면적이 지나치게 커지면 오히려 추운 겨울철에는 열에너지가 밖으로 방출되고, 실내외 온도차로 발생하는
결로문제 때문에 적절한 크기와 배치가 수반되어야한다. 주택의 효율적인 창면적은 단열, 차음,환기, 채광,
조망, 보안 등의 문제를 반영하기에 사용자의 취향이나 용도에 맞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주택의 창호공사에서
창틀과 유리의 규격이나 개폐방식에 따른 문제도 어느 한 부분만 강조하다가는 다른 부분의 기능을 상실하기에
특정 기능과 용도를 강조하여 그 우수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건축업자나 건축자재회사의 편협된 상술에 따른
기만일 뿐이다. 즉 주택에서 건축물의 내.외부 공간을 조망할 수 있는 주거환경을 원한다면 패시브 하우스나
제로에너지 하우스는 별 의미가 없다. 만약 패시브 하우스에서 시원한 공간을 원한다면 엄청난 건축비용이
요구되며, 그는 옛날의 전통주거형식의 폐쇄적 공간을 연출할 수 있기에 무늬만 패시브 하우스가 될 수 있다.
지구환경을 걱정하여 연료비를 저감하는 주택을 원하는 사람들이 패시브 하우스를 선호하는 것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으나,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외부공간을 내부까지 끌어 들어와 자연 속의
삶을 만낏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패시브 하우스보다 시원한 개방된 주택을 좋아할 것이다.
오늘날 현대건축은 이론상으로는 친환경과 생태건축을 부르짓지만, 그 보다는 멋과 디자인을 더 중시하여
자연현상에 따른 조건들을 기술과 비용으로 대체하여 비효율적인 건축물을 양산해낸다. 또한 일부에서는
전통건축의 창호에 관한 아름다움과 기능을 역설하고, 창호지나 문풍지에 따른 정서나 이미지를 나열하지만
그를 적용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창호를 바꾸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통건축에서 창호와
창호지에 대한 정서는 그 기능보다는 전통미를 예찬하는 흘러간 옛노래에 불과하다. 오늘날 현대주택에서
단열과 차음에 따른 밀폐공간은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는 공기의 자연순환이 차단되여 사람들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면역력을 상실시킨다. 주거시설에서 지나치게 기계장치인 냉,난방과 환기장치에 의존하는 것은
전통건축의 창호와 창호지에서 배워야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특히, 건축물 내부공간을 구획하는 내벽에서
지나치게 밀페된 공간을 구성하는 것은 각 실의 용도에 따른 프라이버시를 살릴 수는 있지만,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관계와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데는 문제가 따른다.
전통건축에 반영된 인간의 지혜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지혜를 무시할 때에는 또 다른 희생이 따른다.
전통가옥에서 창호지의 기능 중에 가장 우수한 것은 한지가 갖는 통풍성에 따른 공기의 자연순환일 것이다.
하지만, 창호지는 단열과 차음 그리고 채광에는 매우 불리하여 각 실의 용도나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특히 한지는 질그릇이나 옹기가 갖는 특성처럼 살아 숨쉬는 기능이지만 현대생활에 적응된 사람들이 그러한
우수성보다는 편리성과 쾌적성을 선호한다. 현대건축은 삶의 지혜보다는 편리성과 쾌적성에 따른 건축비와
유지비용으로 대체해 버린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귀농귀촌을 꿈꾸며 전원생활을 상상하지만 전원생활에서
부딪치는 자연현상과 주거환경의 변화를 이겨내기란 쉽지가 않다. 인간의 적응력에는 많은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 또한 전통문화라는 것도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고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전통건축 속에
살아있는 수많은 지혜들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길잡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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