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삶과 담소/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어머니의 하루

산골어부 2019. 5. 4. 00:55

 

 

 

어머니의 하루

 

                                      산골어부

 

자식들이 떠나간 시골집에는

아직도 어머니가 텃밭을 가꾸신다.

농사꾼의 살림살이란 해도해도

끝없이 끝없이 되풀이되기에

하루를 맥없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들을 수없이 정리하신다.

 

아흔을 넘기신 백발의 어머니는

평생을 함께한 작은 밭뙈기에서

심심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없이 지겹도록 밭고랑에 앉아

온갖 채소들을 자식처럼 보살피신다.

 

소일(消日)처럼 보이는 어머니의 하루는

작은 행복을 위해서 근신(謹身)하신다.

백발의 노구(老軀)보다는 식구들을 위해서

손수 만든 울타리에 기억을 심어놓고

하루를 어제처럼 기다림으로 보낸다.

 

                                           2019.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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