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밭에서
산골어부
묵밭이다.
묵은지처럼
정이 깃든 밭.
꽃밭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
무슨 꽃밭일까 ?
하얀 메밀꽃밭.
아니면 노오란 유채꽃밭.
하지만 꽃밭에는 애환이 없다.
묵밭에 서서
추억을 더듬는다.
옥수수. 조. 수수. 메밀.
감자. 토란. 콩. 보리. ~~~~~
토착민의 주식(主食)이다.
주인이 떠난 빈집과
잡초가 우거진 텃밭이다.
선사인(先史人)이 심었던 곡식.
아직도 먼 나라 사람들은
구황작물로 살아간다.
떠오르는 옛기억 속에는
감자밭. 보리밭. 옥수수밭.
메밀밭에 핀 낭만이 아니라,
어린시절의 혹독한 추위와
가난했던 시절의 배고픔이다.
축제장에 핀 꽃밭.
볼거리로 만든 보리밭길.
체험장에서 캐는 감자와 고구마.
놀이와 재미 삼아 찾는 포토존.
지금은 웰빙이란 눈요기다.
2020. 2. 23
'삶과 담소 > 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식과 코로나 (0) | 2020.03.04 |
---|---|
그저 그런 비빔밥 (0) | 2020.03.01 |
낙서를 지우며 (0) | 2020.02.22 |
때늦은 후회 (0) | 2020.02.20 |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0) | 2020.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