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삶과 담소/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묵밭에서

산골어부 2020. 2. 23. 22:35





묵밭에서


                         산골어부


묵밭이다.

묵은지처럼

정이 깃든 밭.

꽃밭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


무슨 꽃밭일까 ?

하얀 메밀꽃밭.

아니면 노오란 유채꽃밭.

하지만 꽃밭에는 애환이 없다.


묵밭에 서서

추억을 더듬는다.

옥수수. 조. 수수. 메밀.

감자. 토란. 콩. 보리. ~~~~~

토착민의 주식(主食)이다.


주인이 떠난 빈집과

잡초가 우거진 텃밭이다.

선사인(先史人)이 심었던 곡식.

아직도 먼 나라 사람들은

구황작물로 살아간다.


떠오르는 옛기억 속에는

감자밭. 보리밭. 옥수수밭.

메밀밭에 핀 낭만이 아니라,

어린시절의 혹독한 추위와

가난했던 시절의 배고픔이다.


축제장에 핀 꽃밭.

볼거리로 만든 보리밭길.

체험장에서 캐는 감자와 고구마.

놀이와 재미 삼아 찾는 포토존.

지금은 웰빙이란 눈요기다.


                          2020.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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