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아들 녀석을 데리고 서점에 갔다.
워낙 책을 좋아하는 놈이라서
생일 선물도 책 한권이면 그만이다.
모처럼 아들과 둘이 지내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학창시절에 다니던 청주의 본점 골목인 "성안길"에 있는 서점엘 가기로 했다.
성안길에는 늘 학생들과 젊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이제는 어부가 다니기에도 다소 머슥한 길이 되었다.
대학시절 학사주점에서 막걸리와 생맥주를 마시고 놀던 추억과는
거리가 멀어져간 느낌이다.
청원군청 옆 유료 주차장에다가 주차를 하고,
성안길을 걸어가는데,
어부가 이방인이 된 느낌이다.
서점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몇 명 밖에는 없다.
아들 녀석은 눈을 째려가면 책을 살핀다.
하지만, 어부에게는 따분할 뿐이다.
책을 멀리한지도 너무 오래돼서인지,
여행과 자전거에 관한 책을 제외 하고는
책을 사 본 것이 10년도 넘은 것같다.
서점을 둘러 보다가 시집 코너에서 발을 멈춘다.
유명한 시인들의 시집들이 ~~~
그러다가 눈에 들어오는 시집 한 권을 꺼냈다.
초등학교 후배의 시집이다.
대표적인 시들은 알고 있었지만,
시집을 직접 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시를 읽으며,
그의 삶과 가족 그리고 고향에 대한 글들이
나에게 옛 생각들을 떠올리게 했다.
~~~~~~~~
그리고, 최근에 발간된 시집을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에 보던 시집을 사줄까 망설이다가
이내 포기를 하고 아들녀석 책만 계산하고 서점을 나섰다.
돌아가는 길에 시 한편을 떠올리며 ~~~~
웬지 허전한 느낌 "긍정적인 밥"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詩) 한 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다하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으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들어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이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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