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란비(霖)
산골어부
주룩 주룩
오란(랜)비(霖)가 내린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낼도 비가 또 오겠지요.
할 일은 너무 많은데,
오란비가 쉬어 가란다.
지루한 오란비 속에도
가끔씩 보이는 그리운 하늘.
하지만 먹구름 그 속에는
더 지겨운 찜통 더위가 숨었다.
그래도 지금은 오란비보다는
이글거리는 폭염이 더 그립다.
비가 오길 바랬는데,
이제는 그치기를 바라는 바보.
"삼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는 속담.
가뭄이 고통이라면 홍수는 파멸.
지금도 주룩주룩 오란비가 내린다.
"노아의 방주"는 타고 싶을까 ?
천지개벽에도 살 수 있을까 ?
오란비 속에서 떠오르는 망상들.
오란비가 쓸고간 시원한 계곡.
비가 그치면 해야할 것들이 많은데,
머리 속에는 일보다는 피서갈 생각 뿐.
2016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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