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산과 들/발길이 머무는 곳에서

묘적암(妙寂庵)에서

산골어부 2024. 9. 28. 20:45

 

묘적암(妙寂庵)에서


삼국유사 : 사불산 굴불산 만불산(四佛山 掘佛山 萬佛山)
죽령(竹嶺) 동쪽 1백리 가량 떨어진 마을에 높은 산이 있는데, 진평왕(眞平王) 46년 갑신(甲申)註 249에 홀연히 사면이 한 발이나 되는 큰 돌에 사방여래(四方如來)註 250를 조각하고 모두 붉은 비단으로 감싼 것이 하늘로부터 그 산 정상에 떨어졌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그곳에] 가서 쳐다보고 예경한 후 드디어 그 바위 곁에 절을 창건하고 이름을 대승사(大乘寺)라 하였다. ≪법화경(法華經)註 251≫을 외우는 이름이 전하지 않는 비구를 청하여 절을 맡게 하여 깨끗하게 하고 돌을 공양하며 향불이 끊어지지 않게 하였다. 그 산을 역덕산(亦德山)이라고 하며, 혹은 사불산(四佛山)註 252이라고도 한다. 비구가 죽자 장사지냈더니 무덤위에서 연(蓮)이 났었다.

또한 경덕왕(景德王)이 백율사(栢栗寺)에 행차하여 산 아래에 다다랐을 때 땅속에서 염불하는 소리가 들리므로 사람을 시켜서 파보라고 하니 큰 바위가 있는데, 사면에는 사방불註 253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절을 창건하고 그 이름을 굴불(掘佛)이라 하였는데, 지금은 그릇되이 굴석(掘石)註 254이라고 한다.

경덕왕은 또 당(唐)나라 대종황제(代宗)가 특별히 불교를 숭상한다는 말을 듣고 공장에게 명하여 오색(五色) 모직물을 만들고 또 침단목(沈檀木)을 조각하여 맑은 구슬과 아름다운 옥으로 꾸며 높이가 한 발 남짓한 가산(假山)을 만들어 [그것을] 모직물 위에 놓았다. [그] 산에는 험한 바위와 괴석이 있고 개울과 동굴이 구간을 지어 있는데, 한 구역마다 춤추고 노래 부르며 음악을 연주하는 모양과 여러 나라의 산천모양을 꾸몄다. 미풍이 창으로 들면 벌과 나비가 훨훨 날고, 제비와 참새가 춤을 추니 얼핏 봐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 속에는 또 만불(萬佛)이 안치되었는데, 큰 것은 한 치 남짓하고 작은 것은 8, 9푼이었다. 그 머리는 혹은 기장 탄알만하고 혹은 콩알 반쪽만하였다. 나발(螺髮)·육계(肉髻)·백모(白毛)와 눈썹과 눈이 선명하여 상호(相好)가 다 갖춰져 있었다. [그 형상은] 다만 비슷하게는 말할 수 있어도 자세히는 다 형용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만불산(萬佛山)이라고 하였다.
다시 금과 옥을 새겨 수실이 달린 번개(幡蓋)와 암라(菴羅)註 255·담복(薝葍)註 256·화과(花果)의 장엄한 것과 누각(樓閣), 대전(臺殿), 당사(堂榭)들이 비록 작기는 하지만 위세가 모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앞에는 돌아다니는 비구상[旋遶比丘]이 천여 구 있고 아래에는 자금종(紫金鍾)註 257 세 구를 벌려 놓았는데, 모두 종각이 있고 포뢰(蒲牢)註 258가 있었으며 고래모양으로 종치는 방망이를 삼았다. 바람이 불어 종이 울리면 곁에 있던 돌아다니는 스님들은 모두 머리를 땅에 닿도록 절을 하였고 은은하게 범음註 259이 있었으니 대개 활동의 중심체[關棙]는 종에 있었다. 비록 만불이라고 하나 그 실상은 이루 기록할 수가 없다.

 

그것이 완성되자 사신을 보내어 당나라에 헌상하니 대종은 이것을 보고 감탄하면서 말하길 “신라의 기교는 하늘의 조화이지 사람의 재주가 아니다.”하였다. 곧 구광선(九光扇)註 260을 바위 산봉우리 사이에 더하여 두고는 그로 인하여 불광(佛光)이라고 하였다. 4월 8일에는 양가(兩街)註 261의 승도(僧徒)에게 명하여 내도량(內道場)에서 만불산에 예배하게 하고 삼장註 262 불공註 263(三藏不空)에게 명하여 밀부(密部)의 진전(眞詮)을 천번이나 외워서 이를 경축하니 보는 자가 모두 그 기교에 감탄하였다.

 

찬하여 말한다.
하늘은 만월(滿月)을 장엄하여 사방불로 마련하고
땅은 명호(明毫)를 솟구쳐 하룻밤에 열었도다.
교묘한 솜씨로 번거롭게 만불을 조각하시니
진풍(眞風)을 두루 하늘, 땅 인간(三才)에 퍼지게 하라.

 

 

靑山兮要我 - 청산은 나를 보고...  

 

나옹선사 (懶翁禪師)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愛而無憎兮    (료무애이무증혜)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聊無怒而無惜兮   (료무노이무석혜)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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