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과 머무름 속에서

산과 들/발길이 머무는 곳에서 316

희양산 봉암사에서

희양산 봉암사에서 희양산 봉암사를 처음으로 다녀왔다. 기대감에 부풀어 도착한 봉암사 입구는 야단법석이다. 코로나 때문에 한적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 일주문을 지나며 희양산을 바라본다. 몇 년 전에는 희양산에 올라 봉암사를 바라보았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바라보며 그때를 회상해 보았다. 침류교 앞에서 봉암사의 전경이 들어왔지만, 천년사찰이란 상상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산문의 특성을 간직한 곳이기는 하지만, 천년이란 이미지는 보이질 않는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 무엇 때문에 일 년에 초파일 하루만 개방하는 것일까 ? 희양산 봉암사 일대를 출입조차 거부하는 것이 부처님의 뜻일까 ? 아니면, 봉암사의 뜻일까 ? 깨달음이 속세를 떠나야 얻어지는 것일까 ? 산새와 나비는 그 경계를 넘나 드는데..

비목 앞에서

비목 앞에서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말로만 외치는 평화와 통일.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데올로기. 그곳에 서있는 비목. 비목 위에 올라선 노벨평화상 수상자들. 노벨평화상은 평화를 지켜줄까? 아니면,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평화와 통일이라는 명분으로 ~~~~~~ 노래비와 시비 비목의 작사가인 한명희는 시인일까? 작사가일까? 전쟁에서 죽어간 무명용사의 비목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비목"이라는 노래. 노래가 유명하다가 보니, 시인이라기보다는 작사가로 알려져 있다. 노래비와 시비의 차이는 무얼까? 김소월이 쓴 노래는 노래비일까 ? 한명희는 시인도 작사가도 아닌 아웃 사이더다. 그럼 음악인일까? 철학자일까? 그의 직업은 음악인이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음악과 함께 했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특정 직업으로..

노모와 산에서

뮤지엄 산에서 엄니와 산에 갔다. 어울리지 않는 미술관. 93세인 엄니는 미술관에는 관심이 없다. 전시된 작품은 물론 꽃구경도 아주 잠시 기억할 뿐이며. 자식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미술관에 대한 기억도 내일이면 사라질 것이다. 내 기억은 얼마나 갈까 ? 엄니보다 조금 더 길 뿐이다. 좋은 장소와 좋은 것은 나를 위한 것일 뿐이다. 좋은 음식과 좋은 옷이 아니라, 내 자식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하는 엄니를 보면서 ~~~~

울아부지 산소에

울아부지 산소에 매화도 피고 목련도 피고 할미꽃도 피고 산수유도 피고 진달래도 피고 개나리도 피고 ~~~~~~ 봄날에 피는 꽃들이 한꺼번에 피었습니다. 식목일과 한식에는 못올 것만 같아서 울아부지 산소와 울마누라 아부지 산소에 옥향과 감나무도 심었습니다. 왜 ! 나훈아의 "테스 형"이 자꾸만 떠오는지. "울아부지 산소에 제비꽃도 피었다. ~~~~~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아 "

태안 굴포운하 유적지에서

태안 굴포운하 유적지에서 태안 굴포운하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실패한 국책사업이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작은 수로에 지나지 않지만, 당시의 토목기술로는 김제의 벽골제나 간척사업보다도 더 어려운 공사였다. 태안 굴포운하 유적지는 보존되지 않고, 방치되어 찾아오는 사람도 없지만, 역사적 가치로 보면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보다도 더 큰 사적지일 것이다. 태안 굴포운하 유적지를 돌아보며 굴포를 파던 당시의 공사현장을 상상해본다. 그 당시의 굴포를 오늘날의 건설중장비를 동원하여 굴착하거나 해저터널로 완성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 굴포운하공사에 필요한 공법이나 공사비는 단순한 토공기술과 단순한 중장비 사용료에 불과할 것이다. 소형 관광선이 운행할 정도의 수로를 연결하는 공사를 1KM에 100억으로 개산하면 태안 ..

언양읍성을 지나며

언양읍성을 지나며 산골어부 언양읍성을 지나며 떠나기가 아쉬워 돌고 또 돌고, 너무나 아쉬워서 돌았습니다. 2021년 1월에도 언양읍성이 있었기에 돌고 또 돌다가 사진도 남기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섰습니다. 언제일런지는 모르지만 지금처럼 텅 빈 터를 두 눈과 머리 속에 기억과 상상으로만 남기며 흐트러진 채로 그대로만 있기를 ~~~~~~ 잘 보존된 언양읍성이 10년만 더 기다려 준다면 그 가치가 10배는 될 것같은 예감. 조선시대의 언양읍성이 아니라, 언양읍성이 그대로 남기를 ~~~~~ 2020. 1. 14 #잘못된 복원보다는 성돌을 그대로 두고 역사공원으로 재탄생하기를 ~~~~~~ #세트장처럼 변하지 않기를 ~~~~~ [참고자료] 울산 언양읍성 해자(海子)로 성벽 외곽을 방어한 언양읍성 일반설명 언양..